이 시선집은 등단 이후 3권의 시집을 기본으로 하여 70편을 뽑은 것이다. 서정적인 것부 터 약간의 성찰을 바탕한 것, 그리고 일상생활의 여러 단면을 서술적으로 정리한 것 등이다. 나는 이야기가 있는 시를 좋아했다. 거기다 풍자적인 표현까지 곁들일 수 있다면 더욱 좋았 다. 이렇게 시선집을 엮어보니 너무 허술하여 반성의 채찍을 들게 한다. 시는 그 사람이라 했 는데, 인생이 엉성하니 시까지 엉성해진 것 같다. 꽃은 누가 보거나 말거나 항상 아름답게 피 고 있는데. 요즘은 날마다 내 생일이라고 생각한다. 아니다. 날마다 내 기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가장 축복받은 날이고, 젊은 날이라고 여겨지게 되었다. 하여 무엇이 더 필요하 겠는가. 다만 원효의 무애 춤과 노래가 그리울 따름이다. _ ‘시인의말’에서
한마디로 그의 글은 전체적으로 ‘쉽다.’ 가장 큰 특징이자 미덕이다. 굳이 약간 장황하게 첨 언하자면 그의 글은 시를 시답게 만드는 문학적 장치도 있고, 어떤 경전 이상의 심오한 형이 상학도 있다. 있을 것 다 있고 없을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그의 글은 여하튼 쉽다. 시인은 그의 시에서 머리 아픈 철학적 관념어도 난해한 수사어도 견인하지 않는다. 그저 일상에서 흔히 보고 느끼는 햇빛과 바람을 대상으로 앞서 언급한 것처럼 ‘쉽게’ 작품을 쓰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의 이런 시 쓰기 스타일이 작품의 ‘미학적 형상화’와 큰 관련 을 맺고 있다. 이런 경우 오히려 사물의 본질이 극명하게 조명되고, 독자와의 친화적 호소력 또한 배가되기 때문이다. - ‘해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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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제1부 나는 도둑놈이다 자서전 길 땅과 친해졌다 나는 도둑놈이다 마라도에서 바람 미술관 벌거벗고 노래하는 사내-조나단 브로프스키의 작품 앞에서 어느 봄날-이호관의 『능호집』을 읽고 멀고 먼 해우소解憂所-해인사 백련암에서 껍질 몸 가벼운 저 강물 작은 산, 너도 부담스럽다 빈 항아리 천정에 매달린 장갑 오낙엽 씨 큰일났습니다 시껍했네 가야산 홍류동에서 매미 오도송 카메라를 버리다 소금단지 베니스의 도마뱀 놀고 있는 땅
제2부 주먹에서 손바닥까지 백척간두-실상사 도법 스님과 다담茶談에서 야단법석 고양이 찾기 집사람 유자농원에서 교통신호등 색채론 인왕산 산불 주먹에서 손바닥까지 가을 독경 어떤 사과 억새풀 꽃을 땅에 묻다 별 헤는 밤-배종헌의 설치작품에 대한 주석 페이지 터너를 위하여 파도야, 미안하다 인왕산 보름달 연습 솔방울 사태 살아남은 것들은 왜 온몸이 상처투성이일까
제3부 영혼의 무게 밥상 물리는 재미 강남 스타일 나체와 갑옷 월든 호수-메사추세츠 콩코드에서 헨리 데이빗 소로우를 추억하다 반얀나무의 말씀 물잔에 담기는 달빛 개가 된 처녀의 고백 종마種馬가 되고 싶다! 저 홍어 수컷이 부럽다 달려라, 글로벌 빌리지 포장마차여 마늘밭 항의 실버 모델 여자들 등쳐먹기 백의민족, 좋아하고 있네 이 어린 양, 한 말씀 여쭙고자하옵니다 영혼의 무게 왜 여자들이 더 오래 살까 세계의 근원 조선백자 사설私說 돈황에서 개에 물리다 불구-단동丹東 압록강 단교斷橋에서 건널 수 없는 강-압록강 단동丹東에서 신의주를 바라봄 은행잎의 거리에서 묘향산 만폭동에서 애기봉愛妓峰 펀치볼 소나무 플로리다의 천둥소리 코로나 바이러스에게 들리는가, 본존상의 한 말씀-토함산 석굴암
해설 예리한 언어적 통찰의 결과로만 나타날 수 있는 시원한 파격 _ 호병탁(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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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범모
동아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 등단(1982) 『시와 시학』 시단 등단(2008) 가천대학교 예술대 교수 동국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 석좌교수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명예석좌교수(현재)
시집 『노을씨, 안녕!』, 『멀고 먼 해우소』, 『토함산 석굴암』, 『바람 미술관』
저서 『미술과 함께, 사회와 함께』, 『김복진 연구』, 『한국미술론』, 『시인과 화가』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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